한진그룹부터 아워홈, 한미약품까지… 분쟁 중심에 있는 라데팡스

입력 2024-01-30 08:52   수정 2024-01-31 17:02

이 기사는 01월 30일 08: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상속·승계 문제 해결 등 '스페셜 시츄에이션 전문집단'으로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는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오너 일가의 해묵은 고민에 답을 제시하는 해결사라는 긍정적 평가의 반대편에선 "분쟁을 유발하고, 유발한 분쟁으로 먹고 산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한진에서 한미까지...분쟁 중심에 선 라데팡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라데팡스는 올해로 창업 4년차를 맞는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삼성전자 법무실 출신 김남규 대표가 2021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라데팡스를 시작하기 전 행동주의펀드 KCGI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했다. 신민석 라데팡스 부대표와도 KCGI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와 신 부대표는 KCGI에서 한진칼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KCGI의 '3자 연합'을 꾸리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공격을 주도했다. 당시 KCGI는 한국 행동주의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이어진 건 아니다.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면서 갑질로 논란이 된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았을 때부터 "이미 명분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진칼 투자로 KCGI는 4년 만에 두 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지만 한진칼 지배구조 개선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분쟁이 돈이 된다'는 걸 파악한 김 대표는 KCGI를 나와 라데팡스를 창업했다. 창업 후 라데팡스는 남매 간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던 아워홈의 지분 매각건을 첫 일거리로 맡았다. 아워홈의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여동생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의 분쟁은 다시 불이 붙었다.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라데팡스가 주관한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시도는 무산됐다.

아워홈 지분 매각건이 무산된 지 1년 여만에 라데팡스는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풀 해결사로 자본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당초 라데팡스는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지분 일부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펀드에 출자를 약속했던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사태'를 겪으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이후에는 IMM인베스트먼트와 KDB인베스트먼트 등과 PEF 연합군을 만들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돌연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을 주선했다. PEF 운용사가 자문사로 변신해 자신이 인수를 추진하던 매물을 다른 투자자에게 소개해주고 매각 작업을 돕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라데팡스와 함께 한미약품 관련 투자를 추진했던 한 관계자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라데팡스가 갑자기 노선을 틀어 적잖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딜의 승자는 라데팡스
김 대표는 기업 오너 일가와의 두터운 친분을 무기로 아워홈과 한미약품 사례처럼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 다른 곳이 선뜻 맡기 어려운 일이나, 비밀리에 추진해야 하는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을 주로 맡고 있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상속세 해결 문제를 따낸 것도 김 대표가 오랜 시간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데서 비롯됐다. 라데팡스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이 작고한 이후부터 한미약품그룹 경영 전반을 뒤에서 자문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김 대표 측 인사가 한미약품 경영진으로 참여해 막후에서 김 대표가 경영에 관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을 연결해 대주주끼리 지분을 맞교환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백기사가 돼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라데팡스가 고안한 거래 구조는 창의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의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에 반발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현재 해당 계약의 이행을 막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분 28.42%를 가진 임종윤·종훈 사장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이번 딜 구조상 분쟁은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번 딜의 승자는 라데팡스뿐이라는 얘기도 있다. 갑작스러운 새마을금고 사태로 프로젝트펀드 자금을 모으는 데 실패한 라데팡스는 딜이 무산돼 한 푼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대신 거래를 주선하며 자문료를 넉넉하게 챙기게 됐다. PEF 운용사로 트랙레코드를 쌓진 못했지만 오너 일가와 관련된 껄끄러운 일을 처리하며 업계에 이름을 알린 것도 라데팡스엔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송 회장 모녀는 자신들의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이지 않은 가격(주당 3만7300원)에 넘겼다. 이번 딜에서 비롯된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임직원들은 물론 협력사, 거래처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상속세 문제를 해결했고, OCI그룹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약속받긴 했지만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OCI그룹은 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골치를 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한 글로벌 PEF 운용사가 상당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송 회장 모녀뿐 아니라 장·차남 지분까지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며 "오너 일가가 분쟁 없이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방안 대신 가족 간 분쟁이 일어날 게 뻔히 보이는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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